고택안내

“살아 있는, 진짜 고택”

만산고택은 지어진 이래 13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후손들이 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급격한 근대화를 거치며 고택의 후손들이 도시로 떠날 때에도 이 집의 후손은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집을 지켜왔다. 그러는 동안 보일러와 수세식 화장실이 들어오기도 했다. 가을이면 곶감이, 겨울이면 시래기가 내걸리기도 하고, 장독대에서는 주인이 직접 담근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이 익어가고, 손자들의 장난감이 마당 모퉁이에서 비를 맞기도 한다. 이처럼 만산고택에서는 과거가 현재에 맞게 고쳐지기도 하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현재와 만나기도 한다. 만산고택은 ‘보여주기 위한’ 과거의 집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지금을 살아가는 집이다. 
나무 결결에 켜켜이 배여 있을 사람들의 흔적을, 내가 지금 만지는 마룻장에서 첫걸음을 디뎠을 아이의 일생을 상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런 중층적인 시간 체험이 가능한 곳이 바로 만산고택이다. 

“야생화와 도자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집”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사랑채 앞에 쭉 놓여 있는 야생화 화분들이다. 춘양면 인근 산에서 주로 자생하는 야생화를 안주인이 직접 가꾼 것으로 고색창연한 분위기에 은은한 색채를 더해 집의 아름다움을 한껏 올려준다. 사랑채 대청과 칠류헌 대청에는 안주인이 직접 빚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봉제사접빈객’을 의무로 여기며 살던 안주인이 뒤늦게 도자기에 입문한 후, 온 열정을 다해 빚은 것이다. 인자한 인상의 안주인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으며 도자기와 야생화를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이야기가 있는 집”

엄혹했던 일제강점기, 거지 분장을 한 군자금 모금책이 드나들던 뒤안, 현재의 주인이 한문을 배우던 서실, 도시에서 시집온 안주인이 달을 보면 울던 뒤안문. 문짝 하나에도 이야기가 살아서 이어져오는 집. 집 곳곳에 가득한 솔향기와 풀벌레, 소쩍새 소리가 어우러진 곳에 집과 관련된 옛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련한 추억이 될 것이다.